AI가 풍자를 표현할 수 없는 이유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글쓰기도 인공지능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었다. 심지어 어떤 글은 인간이 쓴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유려하다. 보고서나 간단한 설명문, 안내서, 광고 카피 등 명확하고 단순한 목적을 가진 글은 AI가 손쉽게 완성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글쓰기에서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풍자’라는 미묘하고 섬세한 장르에서는 여전히 AI가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풍자는 단지 유머러스한 표현이나 비꼬는 태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풍자란 표면적인 의미 너머에 숨겨진, 보다 깊은 사회적 의미와 비판적 의도를 담는 고도의 표현 방식이다. 인간이 풍자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겉으로 드러난 의미와는 반대되거나, 혹은 미묘하게 비틀어져 있다. 즉, 겉보기와 실제 의도가 일치하지 않는 모순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웃음과 공감, 그리고 때로는 통렬한 깨달음을 제공한다. 이런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의 글쓰기를 AI가 따라가기 힘든 이유는 AI가 가진 한계 때문인데, 무엇보다도 사회적 맥락과 뉘앙스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 크다.
풍자는 사회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풍자를 쓰는 작가는 자기가 속한 사회의 다양한 상황과 맥락을 깊게 이해하고,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이나 불만, 금기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글을 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대상과 메시지 사이의 간격을 벌리고, 독자가 그 간격을 통해 진짜 의도를 눈치채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처럼 미묘하고 암묵적인 사회적 코드와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AI는 기본적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언어의 패턴을 학습하고, 이 패턴을 바탕으로 글을 생성한다. 그러나 데이터에서 학습되지 않은 미묘한 사회적 맥락이나 독자들이 공유하는 감정과 가치관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 때문에 AI의 풍자는 종종 엉뚱하거나 표면적이며, 사람의 풍자가 가진 날카로움과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풍자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역설과 아이러니이다. 이 두 요소는 풍자라는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 도구이며, 독자로 하여금 표면적 의미 뒤에 숨겨진 진짜 메시지를 발견하게 하는 장치다. 그러나 AI는 역설이나 아이러니 같은 고도의 표현 방식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정말 훌륭하시네요"라고 반어적으로 표현한다면 사람은 즉각 이 말의 의도를 이해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 문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고, 설령 학습을 통해 의도를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이 표현을 의도적이고 효과적으로 생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AI가 만들어낸 풍자는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뉘앙스를 갖추지 못한 채 단지 무미건조하거나 어설픈 비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AI가 풍자 글쓰기에 실패하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감정적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풍자는 단순히 비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비판을 통해 독자의 정서적 공감을 얻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공유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즉, 풍자는 인간의 공통된 감정적 경험에 기반하여 독자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인간의 진정한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AI는 감정을 흉내낼 수 있지만, 진정한 감정적 공감은 가능하지 않다. 인간 작가가 느끼는 분노나 슬픔, 냉소적 유머나 안타까움과 같은 복잡하고 깊은 정서를 이해하거나 진정으로 표현할 수 없다. 이러한 감정적 결여는 AI가 작성한 풍자 글에서 특유의 깊이와 울림이 부족한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결국 풍자라는 장르는 AI가 넘어서기 힘든 마지막 글쓰기 영역으로 남아 있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의 언어를 모방할 수 있고, 겉으로는 풍자와 유사한 형태를 갖춘 글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풍자의 본질적 요소인 사회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 미묘한 뉘앙스의 활용, 감정적 공감 능력을 지니지 못한 채로는 결코 풍자라는 장르를 완벽히 구현할 수 없다. 풍자가 가진 독특한 매력과 설득력은 여전히 인간만이 갖춘 능력이며, 앞으로도 인간만이 쓸 수 있는 글쓰기 영역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기술의 발전이 아무리 빨라도, 결국 풍자만큼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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