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76

유행하는 분야의 책보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써야 하는 이유 유행하는 분야의 책보다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써야 하는 이유 서점에 들어서면 매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한 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 이 계절에 가장 많이 팔린다는 주제, 사람들이 앞다투어 이야기하는 화제, 표지 디자인마저 서로 닮은 책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그 앞에서 잠시 흔들리게 마련이다. 저 흐름에 올라타면 나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유행을 따라가면 적어도 외면당하지는 않으리라는 계산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이왕 오랜 시간을 들여 한 권을 쓸 바에는 사람들이 이미 찾고 있는 것을 쓰는 편이 안전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유행하는 책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책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단지 낭만적인 고집이 아니라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이.. 2026. 8. 12.
완성을 잘한다는 것 — 글을 끝내는 방법에 대하여 완성을 잘한다는 것 — 글을 끝내는 방법에 대하여 쓰기 시작한 글의 대부분은 끝을 보지 못한다. 첫 문장은 늘 설레는 마음으로 태어나지만, 중반을 넘기지 못하고 서랍 속에 잠드는 원고가 얼마나 많은가. 이 사실은 완성이 재능의 문제라기보다 방법과 습관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 준다. 잘 쓰는 사람과 끝까지 쓰는 사람이 반드시 같지는 않으며, 우리가 결국 손에 쥐게 되는 것은 잘 쓰려다 만 글이 아니라 어떻게든 끝맺은 글이다. 그러므로 완성을 잘한다는 것은 곧 글을 끝내는 기술이라는 것이며, 여기에는 멱 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완성의 기준을 낮추어 잡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완성을 흠 없는 최종 원고와 동일시하는 탓에 첫 줄부터 짓눌린다. 그러나 처음에 이루어야 할 완성은 완벽한 글이 아니라 처음부터 .. 2026. 8. 10.
쓰고 싶은 책을 필사한다는 것 쓰고 싶은 책을 필사한다는 것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실제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해내는 능력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골이 있다. 그 골을 건너는 여러 방법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확실한 것이 필사다. 특히 내가 쓰려는 장르와 주제를 이미 훌륭하게 다룬 책을 손으로 옮겨 적는 일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감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배움을 준다. 눈으로 읽을 때 우리는 내용을 빠르게 소비하고 지나가지만, 손으로 옮겨 적을 때는 문장이 지어진 방식 그 자체를 통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읽기와 필사의 결정적인 차이는 속도에 있다. 눈은 요령이 좋아서 문장의 절반만 보고도 뜻을 짐작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한 권을 다 읽고도 정작 그 책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 채 덮곤 한다. 그러나 손으로 .. 2026. 8. 6.
간접 경험은 어떻게 나의 경험이 되는가 간접 경험은 어떻게 나의 경험이 되는가 한 사람이 직접 살아낼 수 있는 삶은 놀랍도록 좁다. 우리가 밟아 볼 수 있는 땅, 통과할 수 있는 시대,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타인의 마음은 늘 정해진 양만큼만 주어진다. 독서는 그 좁은 울타리를 넘게 해 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책은 내가 가 보지 못한 도시와 살아 보지 못한 세기, 되어 보지 못한 사람의 속마음을 잠시 빌려준다. 문제는 빌린 것이 끝내 빌린 것으로 남기 쉽다는 데 있다. 어떤 글에는 저자가 몸으로 통과한 자국이 남아 있어 읽는 이의 살갗에까지 그 온도가 전해지고, 어떤 글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아 올려도 표면에서 미끄러진다. 독자는 이 차이를 이상하리만치 정확하게 감지한다. 그러니 책을 쓰려는 사람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읽어서 .. 2026. 8. 4.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