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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은 책을 필사한다는 것 쓰고 싶은 책을 필사한다는 것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실제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해내는 능력 사이에는 생각보다 깊은 골이 있다. 그 골을 건너는 여러 방법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확실한 것이 필사다. 특히 내가 쓰려는 장르와 주제를 이미 훌륭하게 다룬 책을 손으로 옮겨 적는 일은, 단순히 좋은 문장을 감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배움을 준다. 눈으로 읽을 때 우리는 내용을 빠르게 소비하고 지나가지만, 손으로 옮겨 적을 때는 문장이 지어진 방식 그 자체를 통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읽기와 필사의 결정적인 차이는 속도에 있다. 눈은 요령이 좋아서 문장의 절반만 보고도 뜻을 짐작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한 권을 다 읽고도 정작 그 책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 채 덮곤 한다. 그러나 손으로 .. 2026. 8. 6.
간접 경험은 어떻게 나의 경험이 되는가 간접 경험은 어떻게 나의 경험이 되는가 한 사람이 직접 살아낼 수 있는 삶은 놀랍도록 좁다. 우리가 밟아 볼 수 있는 땅, 통과할 수 있는 시대,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타인의 마음은 늘 정해진 양만큼만 주어진다. 독서는 그 좁은 울타리를 넘게 해 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책은 내가 가 보지 못한 도시와 살아 보지 못한 세기, 되어 보지 못한 사람의 속마음을 잠시 빌려준다. 문제는 빌린 것이 끝내 빌린 것으로 남기 쉽다는 데 있다. 어떤 글에는 저자가 몸으로 통과한 자국이 남아 있어 읽는 이의 살갗에까지 그 온도가 전해지고, 어떤 글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쌓아 올려도 표면에서 미끄러진다. 독자는 이 차이를 이상하리만치 정확하게 감지한다. 그러니 책을 쓰려는 사람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읽어서 .. 2026. 8. 4.
책을 쓸 때 내 경험과 생각을 꼭 담아야 하는 이유 책을 쓸 때 내 경험과 생각을 꼭 담아야 하는 이유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유혹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훌륭한 지식들을 정리해 옮기고 싶다는 욕구다. 좋은 자료는 넘쳐나고, 권위 있는 문장은 얼마든지 인용할 수 있으며, 잘 정돈된 정보는 그 자체로 유익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책은 대체로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정보는 검색으로 대체될 수 있고, 요약은 더 짧은 요약으로 밀려나며, 남의 생각을 옮긴 문장은 원본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이 한 권의 책으로 살아남으려면, 거기에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담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쓰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다. 책에 내 경험과 생각이 담겨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2026. 7. 31.
읽힐 것을 염려하기 전에 — 끝까지 써야 하는 이유 읽힐 것을 염려하기 전에 — 끝까지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같은 자리에서 멈춰 선 경험이 있다. 몇 줄을 적어 내려가다가 문득 손이 굳는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물음은 대개 하나다. 이 글이 과연 읽힐까. 이 물음은 겉으로는 겸손하고 성실해 보이지만, 실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글을 미리 심판대에 세우는 일이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을 두고 독자의 반응을 앞당겨 상상하는 순간, 쓰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붓을 내려놓게 된다. 읽힐 것을 걱정하는 마음은 꾸준히 쓰는 일 자체를 가로막는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읽힘이란 쓰기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절반밖에 쓰지 않은 글이 읽힐지를 묻는 것은, 짓다 만 집을 두고 사람이 살 만한지를 따지는 일과 다.. 2026.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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