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중급120 내게 맞는 장르를 고르는 법 내게 맞는 장르를 고르는 법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대개 소재가 아니라 장르다. 무엇을 쓸지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그것을 에세이로 풀어야 할지 소설로 지어야 할지 실용서로 정리해야 할지를 정하지 못해 첫 문장 앞에서 몇 달을 보낸다. 장르는 단순한 분류표가 아니다. 장르는 내가 독자와 맺을 관계의 방식이고, 내가 앞으로 수백 시간 동안 견뎌야 할 노동의 성격이다. 그러니 장르를 고르는 일은 취향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일에 가깝다. 가장 정직한 출발점은 내 서가다. 어떤 책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체로 근사한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실제로 손이 자주 가는 책, 밑줄이 빽빽한 책, 이사할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니는 책의 목록은 다르다. 그 목록을.. 2026. 7. 15. 책은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책은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인공지능이 흉내내지 못하는 인간 상호작용의 자리 글쓰기는 오랫동안 고독한 작업으로 묘사되어 왔다. 홀로 책상 앞에 앉아 백지와 씨름하는 작가의 이미지는 창작의 원형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의 실제 여정을 들여다보면, 그 고독은 언제나 무수한 인간관계의 그물망 위에 놓여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인공지능이 문장을 매끄럽게 생성하고 구성을 제안하며 심지어 초고를 통째로 써내는 시대에도, 책 쓰기의 심장부에서 여전히 대체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도구는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책을 살아 있게 만드는 관계의 온도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글은 언제나 누군가를 향한다러시아의 문예학자 미하일 바흐친은 언어.. 2026. 7. 13. 책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책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무엇을 쓸 것인가’가 아니라 ‘이 책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이다. 두 물음은 비슷해 보이지만 결이 다르다. 앞의 질문이 소재와 주제를 고르는 일이라면, 뒤의 질문은 그 소재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따지는 일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한 권의 책이 존재할 이유는, 그것이 어딘가에서 검색할 수 있는 사실의 묶음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에 담아야 할 것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꿰뚫어 본 사람의 시선’이다. 첫째로 담아야 할 것은 저자의 관점이다. 같은 사실을 마주해도 사람마다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르다. 책의 가치는 바로 이 해석의 차이에서 나온다. 독자는 사실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 2026. 7. 1. 내 목소리로 쓴다는 것 내 목소리로 쓴다는 것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의외로 소재가 아니다. 무엇을 쓸지는 어렵사리 정했는데, 막상 첫 문장을 적고 나면 그것이 내가 쓴 글 같지 않다는 낯선 느낌이 든다. 어디서 본 듯한 문장, 누군가의 말투를 빌려 온 듯한 문단. 분명 내 손으로 썼는데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책 한 권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결국 이 목소리에서 나온다. 정보는 검색하면 나오고 구성은 흉내 낼 수 있지만, 목소리만은 어디서도 빌려 올 수 없다. 그렇다면 목소리란 무엇인가. 흔히 문체라고 부르는 화려한 수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목소리는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각도이며, 그 각도를 말로 옮길 때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태도다. 같은 풍경을 보아도 어떤.. 2026. 6. 29. 이전 1 2 3 4 ··· 30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