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 심화26 책 속에 나를 투영하는 법 책 속에 나를 투영하는 법 많은 사람이 자기 이름을 걸고 책을 낸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이상한 허전함이 남는 책이 있다. 문장은 매끄럽고 정보는 정확한데, 그 책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검색창에 비슷한 제목을 쳐 보면 거의 같은 목차, 거의 같은 문장이 수십 권씩 쏟아진다. 저자의 이름만 바꿔 끼워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책들. 왜 내 책에는 ‘나’가 없을까. 이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할 때에야 비로소 ‘책 속에 나를 투영하는 일’이 시작된다. 먼저 오해부터 걷어내자. 나를 투영한다는 것은 사생활을 낱낱이 고백하는 일도, 자서전을 쓰는 일도 아니다. 내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넣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각도를 문장 속에 얼마나 남기느냐의 문제다. 여행기를.. 2026. 9. 9. 책 속의 ‘나’는 정말 ‘나’일까 책 속의 ‘나’는 정말 ‘나’일까― 작가의 정체성이라는 것의 정체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종종 그 저자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낀다. 목소리의 온도, 생각의 버릇, 심지어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까지 짐작한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면 우리는 그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 채, 오직 종이 위의 문장만으로 한 인간을 그려 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났다’고 느끼는 그 존재는 대체 무엇인가. 책에 드러나는 작가의 정체성이란, 실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비로소 그 정체를 드러낸다. 먼저 그것은 저자의 이력이 아니다. 작가의 정체성이라고 하면 흔히 나이와 직업, 출신과 경력 같은 신상 정보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력서에 적히는 사실들은 정체성의 껍데기일 뿐이다. 똑.. 2026. 8. 27. 왜 어떤 문장은 읽자마자 ‘그 사람’이 떠오를까 왜 어떤 문장은 읽자마자 ‘그 사람’이 떠오를까― 책에 작가의 정체성을 새기는 다섯 가지 방법 어떤 작가의 책은 표지를 가리고 몇 문장만 읽어도 누가 썼는지 짐작이 간다. 특별히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선언한 것도 아닌데, 문장의 결과 호흡, 시선의 방향에서 그 사람 특유의 체취가 배어난다. 정체성은 이렇게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표현을 어떻게 의도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이다. 작가의 정체성은 타고난 개성만이 아니라,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버리는가 하는 무수한 선택이 쌓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 선택의 자리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정체성은 막연한 재능이 아니라 연습할 수 있는 기술이 된다. 첫째는 목소리다. 정체성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단어.. 2026. 8. 25.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책은 왜 잊히는가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는 책은 왜 잊히는가― 정보가 흔해진 시대, 대체 불가능한 책의 조건 서점의 신간 매대에는 매일 새로운 제목이 쌓이고, 그중 대부분은 몇 달 안에 이름조차 기억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반면 어떤 책은 표지를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다. 두 책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흔히 정보의 양이나 문장의 유려함이 아니다. 독자의 기억에 각인되는 책에는 예외 없이 ‘쓴 사람’이 살아 있다. 문장과 문장 사이로 저자의 시선과 기질, 삶의 무게가 스며 있어, 독자는 어느 순간 정보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느낀다. 작가의 정체성이 드러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책을 ‘읽을 만한 것’에서 ‘잊히지 않는 것’으로 바꾸는 결정적 조건이다. 이 명제는 인공지능 시대에 .. 2026. 8. 21. 이전 1 2 3 4 ··· 7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