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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중급

내 목소리로 쓴다는 것

by Andres8 2026.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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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로 쓴다는 것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의외로 소재가 아니다. 무엇을 쓸지는 어렵사리 정했는데, 막상 첫 문장을 적고 나면 그것이 내가 쓴 글 같지 않다는 낯선 느낌이 든다. 어디서 본 듯한 문장, 누군가의 말투를 빌려 온 듯한 문단. 분명 내 손으로 썼는데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책 한 권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은 결국 이 목소리에서 나온다. 정보는 검색하면 나오고 구성은 흉내 낼 수 있지만, 목소리만은 어디서도 빌려 올 수 없다.

 

그렇다면 목소리란 무엇인가. 흔히 문체라고 부르는 화려한 수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목소리는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각도이며, 그 각도를 말로 옮길 때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태도다. 같은 풍경을 보아도 어떤 이는 빛을 먼저 말하고 어떤 이는 그늘을 먼저 말한다. 어떤 문장을 짧게 끊는 사람이 있고, 한 호흡으로 길게 밀고 가는 사람이 있다. 무엇을 골라 보고 무엇을 굳이 말하지 않는가, 그 선택의 누적이 곧 목소리다. 그러므로 목소리를 찾는 일은 멋진 표현을 발명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는 시선을 발견하고 그것을 믿는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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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흐려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흉내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 저자처럼 쓰고 싶어진다. 존경하는 작가의 어투, 유행하는 글의 리듬이 자기도 모르게 손끝에 묻어 나온다. 모방은 배움의 출발점이니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다만 흉내에 머무는 동안에는 내 목소리가 그 그늘에 가려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진짜 목소리는 솔직함에서 나온다. 멋있어 보이려는 마음, 똑똑해 보이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정말로 생각하는 바를 내가 실제로 쓰는 말로 적을 때, 비로소 글에서 사람의 체온이 느껴진다. 독자가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은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의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글로 끌어내는 첫 번째 방법은 구체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주장은 누구의 입에서 나와도 비슷하게 들리지만, 내가 직접 겪은 장면과 그때의 감각은 오직 나만 가지고 있다.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도 사전의 정의를 옮기기보다 그 개념을 처음 실감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 거기에는 빌려 올 수 없는 디테일이 있고, 그 디테일이 문장에 고유한 지문을 남긴다. 또 한 가지, 일단은 말하듯이 써 보는 것이 좋다. 잘 쓰려는 긴장을 풀고 가까운 친구에게 설명하듯 초고를 쏟아 내면, 평소 내가 쓰는 어휘와 호흡이 자연스럽게 종이 위에 드러난다. 다듬는 일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목소리는 사실 초고가 아니라 퇴고에서 선명해진다. 처음 쓸 때는 내 것과 남의 것이 뒤섞여 있다. 어디선가 주워 온 멋부린 표현, 유행어, 군더더기 수식이 곳곳에 끼어 있다. 고쳐 쓰는 과정은 그 섞인 것들을 하나씩 걷어 내는 일이다. 한 문장을 읽고 ‘이건 정말 내가 할 법한 말인가’ 하고 물어, 아니라면 지운다. 빌려 온 것을 덜어 낼수록 남는 것은 더 분명히 나의 것이 된다. 목소리는 더하는 일이 아니라 덜어 내는 일을 통해 또렷해진다. 군더더기를 벗기고 남은 가장 정직한 문장, 그것이 내 목소리의 골격이다.

 

물론 독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 목소리를 찾으라는 말이 제멋대로 쓰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독자를 의식하는 것과 독자에게 휘둘리는 것은 다르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모서리를 깎아 내면 글은 매끈해지는 대신 무색무취해진다.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는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남지 않는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을, 다만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길을 내어 전하는 것. 그 균형 위에 설 때 목소리는 고집이 아니라 설득력이 된다.

 

결국 목소리란 잘 보이려는 노력을 멈춘 자리에 남는 것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잘 쓰고 싶어 안간힘을 쓰지만, 글쓰기를 오래 이어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꾸미려는 손을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힘을 뺀 자리에서 비로소 내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꾸준히 쓰는 사람에게 시간이 돌려주는 선물에 가깝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오늘도 내가 정말로 생각하는 바를 내가 실제로 쓰는 말로 한 문단 적어 보는 것. 그 정직한 반복이 한 권의 책에 끝내 나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새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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