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을 쓸 때 해야 할 질문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질문을 선택하는 행위다.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정한 뒤에도, 실제로 본문의 첫 문장을 놓는 순간부터 작가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의 질이 문장의 질을 결정하고, 질문의 깊이가 글의 깊이를 결정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본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질문을 멈춘다. 내용이 정해졌으니 이제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글쓰기가 힘들어지는 가장 흔한 이유다.
본문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지금 이 문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다. 독자를 의식한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이 문장이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아니면 내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를 탐색하기 위해 존재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전자라면 그 문장은 이미 결론이 난 자리에서 출발한다. 후자라면 그 문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생각의 움직임이다. 좋은 본문은 대부분 후자의 문장들로 이루어진다. 다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글은 독자도 이미 알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질문은 "이 단락은 앞 단락에서 무엇을 이어받았는가"이다. 단락과 단락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연결이 있어야 한다. 논리적 연결일 수도 있고, 감정적 온도의 연결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리듬의 연결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이전 단락이 남긴 무게를 다음 단락이 받아 안을 때, 글은 흐른다.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으면 단락들은 각자의 자리에 따로 놓인 돌멩이처럼 흩어진다. 독자는 읽는 내내 어딘가 걸리는 느낌을 받지만, 정확히 어디서 걸리는지는 말하지 못한다. 그것이 연결되지 않은 글이 주는 불쾌감이다.

세 번째 질문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본문을 쓰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자꾸 같은 방향으로만 쓰게 되는 순간이 온다. 안전한 방향, 이미 알고 있는 방향, 독자가 수긍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방향이다. 그 순간에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생략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제외가 아니라 억압일 수 있다. 억압된 것은 반드시 글의 어딘가에서 빈자리로 드러난다. 독자가 이유도 모른 채 납득이 안 된다고 느끼는 자리가 바로 거기다.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과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르다. 본문을 쓰는 내내 그 차이를 의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질문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렵다. "이 문장은 사실인가"라는 질문이다. 여기서 사실이란 정보의 정확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뜻이다. 많은 본문이 작가 자신도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말들로 채워진다. 그럴듯하게 들리기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혹은 그렇게 쓰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에. 그러나 독자는 그것을 느낀다. 설득력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남지 않는다고 느낀다. 본문을 쓰는 동안 자신이 쓴 문장을 다시 읽으며 "나는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문장들이 모일 때, 비로소 본문은 글쓴이의 것이 된다.
좋은 질문은 글을 막히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막혀 있던 곳을 뚫어준다. 본문을 쓰다가 멈추게 되는 순간, 그것은 대개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을 멈췄기 때문이다. 질문을 다시 시작하면 글도 다시 시작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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