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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중급

전자책 쓰기: 종이책과는 다른 새로운 글쓰기의 세계

by Andres8 2025.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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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쓰기: 종이책과는 다른 새로운 글쓰기의 세계

 

책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전자책을 쓸 때는 종이책을 쓸 때와는 사뭇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같은 '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 본질과 독자와의 만남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책을 쓰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독자가 어떤 기기로 읽을지를 상상하는 일이다. 종이책은 정해진 크기와 무게, 촉감이 있지만, 전자책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읽힐 수도 있고, 태블릿의 중간 크기 화면에서, 혹은 전용 전자책 리더기에서 만나질 수도 있다. 이 차이는 단순히 화면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독자의 집중도, 읽는 속도, 피로도가 모두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자책을 쓸 때는 문단을 종이책보다 짧게 나누는 것이 좋다. 긴 문단은 작은 화면에서 읽을 때 시각적으로 답답하고, 독자가 자신이 어디를 읽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 한 문단을 3-4문장 정도로 유지하면서, 각 문단이 하나의 명확한 아이디어를 담도록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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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자책에서는 하이퍼링크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종이책이라면 "앞서 2장에서 언급했듯이"라고 쓰고 독자가 직접 페이지를 넘겨 찾아가야 했겠지만, 전자책에서는 해당 부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링크를 삽입할 수 있다. 용어 설명이 필요할 때도 각주를 달거나 별도의 용어집 페이지로 연결하는 링크를 만들 수 있다. 외부 참고자료가 있다면 URL을 직접 넣어 독자가 클릭 한 번으로 접근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종이책에서는 불가능한, 전자책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글을 쓸 때 이런 연결성을 염두에 두면 독자에게 훨씬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전자책의 또 다른 특징은 멀티미디어 요소를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리책을 쓴다면 요리 과정을 담은 짧은 동영상 링크를 넣을 수 있고, 음악 이론서라면 실제 악기 소리를 들려주는 오디오 파일을 삽입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전자책 형식이나 리더기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EPUB3나 킨들의 최신 포맷은 이런 기능을 허용한다. 이미지를 넣을 때도 종이책처럼 인쇄 품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컬러 이미지를 넣어도 추가 비용이 들지 않으며, 독자가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다만 파일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적절한 해상도로 최적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파일 형식에 대한 이해도 전자책을 쓸 때 중요하다. 가장 보편적인 형식은 EPUB인데, 이는 리플로우가 가능한 포맷이다. 즉, 독자가 글자 크기를 조절하면 텍스트가 자동으로 재배열된다는 뜻이다. 이는 종이책과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종이책은 페이지당 들어가는 글자 수가 고정되어 있지만, 전자책은 독자의 설정에 따라 한 화면에 보이는 내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전자책을 쓸 때는 "다음 페이지에서 설명하겠습니다"같은 표현을 피해야 한다. '페이지'라는 개념 자체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나 챕터 번호로 참조하는 것이 적절하다.

 

목차 구성도 전자책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전자책 리더기들은 대부분 목차 기능을 지원하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원하는 부분으로 즉시 이동할 수 있다. 종이책에서 목차는 책의 앞부분에 한 번 나오지만, 전자책에서는 목차가 항상 접근 가능한 네비게이션 도구다. 따라서 장과 절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각 제목을 직관적이고 설명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가 목차만 보고도 어떤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출판 과정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종이책은 원고를 완성한 후 출판사를 찾거나 자비 출판을 위해 인쇄소를 알아봐야 하고, 최소 주문 수량과 재고 보관 등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전자책은 아마존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 구글 플레이 북스, 애플 북스 등의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직접 출판할 수 있다.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재고 부담도 없다. 원고를 수정하고 싶다면 언제든 새 버전을 업로드할 수 있다. 종이책이라면 이미 인쇄된 책은 어쩔 수 없지만, 전자책은 오타를 발견하거나 내용을 보완하고 싶을 때 즉시 수정본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작가에게 엄청난 자유를 준다.

 

가격 책정 전략도 다르다. 종이책은 인쇄비, 유통비 등이 포함되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전자책은 이런 비용이 없어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많은 자가 출판 전자책 작가들이 종이책보다 30-50%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며, 때로는 프로모션으로 무료나 초저가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독자층을 넓히는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전자책 플랫폼들은 보통 인세를 35-70% 정도로 책정하는데, 이는 전통 출판사의 인세율보다 훨씬 높다.

 

전자책을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메타데이터의 중요성이다. 종이책도 표지와 뒷표지에 정보가 있지만, 전자책은 검색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목, 부제, 키워드, 카테고리, 설명 등을 전략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독자들이 어떤 검색어로 당신의 책을 찾을지 상상하며, 그 키워드들을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표지 디자인도 중요한데, 전자책 표지는 작은 썸네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하면서도 눈에 띄는 디자인이 효과적이다.

 

결국 전자책 쓰기는 종이책 쓰기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디지털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을 요구한다. 독자와의 상호작용 가능성, 즉각적인 업데이트, 멀티미디어 통합, 글로벌 배포의 용이성 등은 전자책만이 줄 수 있는 기회다. 전자책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종이책을 디지털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독서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독자에게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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