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완결성이 중요한 이유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의 마음속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 세계는 문장과 문단, 그리고 장면들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장면은 이야기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독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만약 장면이 중간에 끊기거나 어정쩡하게 마무리된다면, 독자는 마치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화면이 꺼지는 것 같은 불쾌함을 느낀다. 장면의 완결성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장면의 완결성이란 하나의 장면이 시작과 중간, 끝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등장인물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을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나 변화를 겪으며,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결과가 반드시 해피엔딩일 필요는 없다. 실패할 수도 있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장면이 독자에게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명확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완결성 없는 장면은 독자의 몰입을 깨뜨린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는 장면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회의실에 들어가는 묘사로 시작해서,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느끼다가... 갑자기 챕터가 끝난다면 어떨까? 독자는 "그래서 회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라고 묻게 된다. 이것은 긴장감을 조성하는 클리프행어와는 다르다. 클리프행어는 장면을 완결한 후 다음 장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지만, 미완결 장면은 현재 장면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장면의 완결성은 독자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인간의 뇌는 완결되지 않은 것에 불편함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르는데,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완료된 과제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현상이다. 작가는 이 효과를 의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독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모든 장면이 미완결로 끝난다면, 독자는 끊임없이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고 결국 책을 덮게 된다. 반대로 적절한 완결성을 갖춘 장면들은 독자에게 작은 성취감을 주면서도,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를 유지시킨다.
또한 완결된 장면은 서사의 명확성을 보장한다. 이야기는 수많은 장면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다. 각각의 장면이 명확한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어야, 독자는 이야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주인공이 적과 대면했다 → 대화를 나누며 갈등이 깊어졌다 →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 주인공이 간신히 도망쳤다"처럼 각 장면의 인과관계가 분명해진다. 만약 중간에 어떤 장면이 불완전하게 끝난다면, 전체 서사의 논리가 흐려진다.
장면의 완결성은 캐릭터 발전에도 필수적이다. 훌륭한 이야기에서 인물은 정적이지 않고 변화한다. 그 변화는 대부분 구체적인 장면 속에서 일어난다. 주인공이 중요한 선택을 하는 순간, 자신의 약점과 직면하는 순간, 타인과의 관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 말이다. 이런 장면들이 완결성을 가져야 독자는 "아, 이 인물이 이제 달라졌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다. 미완결된 장면에서는 변화가 애매하게 느껴져서, 캐릭터의 성장이 설득력을 잃는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장면의 완결성은 중요하다. 챕터를 구성할 때, 작가는 어디서 끊을지 결정해야 한다. 완결된 장면의 끝은 자연스러운 휴지부가 된다. 독자는 "여기서 잠깐 쉬어도 되겠다"고 느끼며 편안하게 책갈피를 끼운다. 반면 미완결 장면의 중간에서 챕터가 끝나면, 독자는 어정쩡한 기분으로 다음 챕터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장면을 끊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과 단순히 장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비소설 작품에서도 장면의 완결성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자기계발서에서 특정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일화를 소개한다면, 그 일화는 완결된 형태여야 한다. 문제 상황이 제시되고, 해결 과정이 묘사되며, 결과와 교훈이 명확해야 독자는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다. 에세이에서 개인적 경험을 서술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완결성을 가져야 독자는 저자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공감할 수 있다.
장면의 완결성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때로 너무 많은 것을 하나의 장면에 담으려고 하거나, 반대로 너무 일찍 장면을 끝내버린다. 좋은 장면을 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이 장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등장인물의 목표는 무엇인가? 장면이 끝났을 때 무엇이 변했는가?" 이런 질문들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장면의 완결성은 단순한 기술적 요소가 아니라, 독자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독자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에게 완결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작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마치 요리사가 접시에 음식을 완성된 형태로 담아내듯이, 작가도 각각의 장면을 완성된 형태로 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는 이야기를 온전히 소화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간직할 수 있다. 결국 장면의 완결성이란,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원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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