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글 퇴고 방법
글쓰기에서 초고를 완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퇴고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바로 제출하거나 발행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만, 진정으로 좋은 글은 퇴고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퇴고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우선 퇴고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적 거리두기다. 글을 막 쓰고 난 직후에는 자신의 문장에 대한 객관성을 잃기 쉽다. 머릿속에서 구상했던 내용과 실제로 종이 위에 쓰인 내용을 구분하지 못하고, 쓰지도 않은 설명이 이미 글에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초고를 완성한 후에는 최소한 하루, 가능하다면 며칠 정도 시간을 두고 글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이 시간 동안 뇌는 글의 내용을 잊어가고, 다시 읽을 때는 마치 독자의 시선으로 글을 볼 수 있게 된다. 마감이 촉박한 경우라면 최소한 몇 시간이라도 다른 일을 하며 글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퇴고는 한 번에 모든 것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여러 단계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첫 번째 퇴고에서는 글의 구조와 논리 전개에 집중한다.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각 문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주장과 근거가 명확한지를 확인한다. 이때는 세부적인 표현이나 문법보다는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문단의 순서를 바꾸거나, 불필요한 문단을 삭제하거나, 부족한 설명을 추가하는 작업을 한다. 만약 글의 목적이나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면 이 단계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두 번째 퇴고에서는 문장 수준에 초점을 맞춘다. 각각의 문장이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지, 불필요하게 길거나 복잡한 문장은 없는지 점검한다. 특히 한 문장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하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긴 문장은 두세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누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피동문보다는 능동문을, 추상적 표현보다는 구체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보다는 "10만 명이 넘는 독자가 읽었다"는 식으로 구체화하면 글의 설득력이 높아진다.
세 번째 퇴고에서는 단어 선택과 표현의 적절성을 검토한다. 같은 단어나 표현이 반복되지는 않는지, 더 정확하고 생동감 있는 단어로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본다. 특히 '것', '하다', '되다'와 같은 포괄적인 표현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면 더 구체적인 동사나 명사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또한 불필요한 수식어나 관용적 표현을 걷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매우 아름다운"보다는 "황홀한"이나 "눈부신" 같은 단어 하나가 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네 번째 퇴고는 문법, 맞춤법, 띄어쓰기 등 기술적인 오류를 잡아내는 단계다. 이 작업은 컴퓨터의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할 수 있지만, 기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오류도 많으므로 직접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특히 동음이의어의 오용, 조사의 잘못된 사용, 시제의 불일치 같은 부분은 기계가 감지하기 어렵다. 이 단계에서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눈으로만 읽을 때는 넘어가던 어색한 표현이나 리듬이 맞지 않는 문장을 귀로 들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퇴고를 할 때 유용한 또 다른 방법은 글을 인쇄해서 읽는 것이다.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과 종이로 보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경험이다.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으면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오류나 어색한 표현이 눈에 띈다. 붉은색 펜을 들고 마치 선생님이 학생의 글을 첨삭하듯이 표시하며 읽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장소를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을 쓴 책상이 아닌 다른 공간, 예를 들어 카페나 공원에서 글을 읽으면 새로운 시각으로 글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퇴고 방법이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도 자신의 글에는 맹점이 있기 마련이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나 친구에게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더 알고 싶은 부분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는 것이다. 피드백을 받을 때 "그건 이런 의미였어"라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독자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글쓴이의 책임이다. 독자의 혼란이나 오해는 글을 개선할 수 있는 귀중한 정보다.
퇴고 과정에서 자주 하는 실수는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욕심이다. 글을 쓰다 보면 조사한 모든 정보, 떠오른 모든 생각을 글에 포함시키고 싶어진다. 하지만 좋은 글은 많은 정보를 담은 글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글이다. 퇴고를 할 때는 덜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내용, 이미 한 말을 다시 하는 문장,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일화는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작가 엘모어 레너드는 "독자가 건너뛸 만한 부분을 빼라"고 조언했는데, 이는 퇴고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퇴고는 중요하지만, 끝없이 고치다 보면 글을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느 시점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글을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 경험상 네다섯 번 정도 퇴고를 거치면 대부분의 글은 충분히 다듬어진다. 물론 학술 논문이나 출판될 책처럼 중요한 글은 더 많은 퇴고가 필요할 수 있지만, 블로그 포스트나 업무 이메일 같은 일상적인 글까지 완벽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효율적인 퇴고는 결국 체계적인 접근과 객관적인 시선, 그리고 독자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퇴고가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습관이 되면 자연스러운 과정이 된다. 퇴고를 거친 글은 더 명확하고, 더 설득력 있고, 더 읽기 쉬운 글이 된다. 그리고 그런 글은 결국 더 많은 사람에게 더 깊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글쓰기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인내의 문제이며, 퇴고는 바로 그 노력과 인내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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