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내 문체는 내 목소리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친구에게 말할 때와 선생님께 말씀드릴 때, 혹은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할 때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낸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조가 달라지고, 선택하는 단어가 달라지며, 문장의 길이와 리듬이 달라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문체를 가진다는 것은 글 속에서 나만의 목소리를 찾는 일이며, 그것이야말로 독자와 진정한 관계를 맺는 시작점이다.
문체가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진짜 목소리와 가짜 목소리를 구분한다. 누군가 남의 말을 베껴서 하거나, 자기 것이 아닌 표현을 억지로 쓸 때 그 어색함은 금방 드러난다. 반대로 자기만의 언어로 솔직하게 쓴 글은 설령 문장이 다듬어지지 않았더라도 독자의 마음에 닿는다. 독자는 글 너머에 있는 사람을 느끼고, 그 사람을 신뢰하게 된다.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든 감정을 표현하는 글이든, 독자가 "이 사람은 진심으로 말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 비로소 글은 힘을 얻는다.

두 번째로, 문체는 차별화의 도구다. 세상에는 같은 주제를 다룬 글이 무수히 많다. 여행기도 많고, 음식 후기도 많으며, 사랑에 대한 에세이도 넘쳐난다. 그 속에서 내 글이 기억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이 글은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다'는 고유성이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어떤 이는 간결하고 건조하게 묘사하고, 어떤 이는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하게 그려낸다. 어떤 이는 유머를 섞어 가볍게 풀어내고, 어떤 이는 철학적으로 깊이 파고든다. 이런 차이가 곧 문체이며, 독자는 내용이 아니라 그 말하는 방식에 끌려 특정 글쓴이를 찾게 된다.
세 번째는 자기 발견의 문제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알아간다. 처음에는 다른 작가를 흉내 내다가도, 계속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선호하는 리듬, 내가 자주 쓰는 비유,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문장 구조가 드러난다. 이것이 쌓여 문체가 되고, 그 문체는 곧 나라는 사람의 사고방식과 감수성을 반영한다. 글을 쓰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발견하고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물론 문체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잘 쓰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린다. 어려운 단어를 쓰면 깊어 보일 것 같고, 긴 문장을 쓰면 지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억지로 꾸미게 된다. 하지만 진짜 좋은 문체는 과장이나 허세가 아니라 정직함에서 나온다. 내가 실제로 생각하는 방식대로, 내가 실제로 느끼는 대로 쓸 때, 그 글은 살아 숨 쉰다.
결국 나만의 문체를 갖는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허락을 내리는 일이다. 남들처럼 쓰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 나답게 말해도 충분하다는 허락. 그렇게 자기 목소리를 찾은 글은 누군가에게 닿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진실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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