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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중급

책 본문 작성, 왜 쓰는가: 목적·독자·문제 정의

by Andres8 2025.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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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본문 작성, 왜 쓰는가: 목적·독자·문제 정의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문자를 종이 위에 배열하는 기계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려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에서 출발하는 창조적 행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왜 쓰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적 없는 글쓰기는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어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더욱 깊은 미로 속으로 빠져들기도 한다.

 

글쓰기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글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정보를 전달하려는가, 감정을 표현하려는가, 설득하려는가, 아니면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가? 각각의 목적에 따라 글의 구조, 문체, 내용이 달라진다.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면 명확하고 체계적인 서술이 필요하고, 감정 표현이 목적이라면 진솔하고 생동감 있는 묘사가 요구된다. 설득이 목적이라면 논리적 근거와 설득력 있는 논증이 핵심이 되고, 예술적 표현이 목적이라면 독창적인 상상력과 아름다운 언어가 필요하다. 목적이 불분명한 글은 마치 여러 악기가 제각각 다른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혼란스럽고 산만한 인상을 준다.

 

목적과 함께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독자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소통의 행위이며, 소통은 화자와 청자, 즉 필자와 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독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글의 내용, 수준, 톤이 결정된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학술논문과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과 청소년을 위한 소설은 같은 주제를 다룬다 하더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독자의 배경지식, 관심사, 연령,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글은 소통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독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관심을 가질 것인지, 어떤 방식의 설명을 선호할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학적 개념을 설명할 때 전문가에게는 정확한 용어와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해야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친숙한 비유와 직관적인 설명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독자의 감정적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위로와 공감이 필요하고, 의욕을 잃은 사람에게는 격려와 희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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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정의와 상호작용의 원리

모든 좋은 글은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문제가 없다면 해결책도 없고, 해결책이 없다면 독자가 그 글을 읽을 이유도 없다. 문제 정의는 글쓰기의 출발점이자 나침반 역할을 한다.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는 글의 방향을 제시하고,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어떤 내용을 제외할지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독자의 주의를 끌고 관심을 유발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문제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성이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막연한 문제 제기보다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구체적인 문제 제기가 훨씬 강력하다. 구체적인 문제는 독자에게 명확한 상황 인식을 제공하고,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실감하게 한다. 또한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자가 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할 때, 글에 대한 몰입도와 수용도가 높아진다.

 

글쓰기에서 목적, 독자, 문제는 서로 독립적인 요소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 목적은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독자는 그 해결책이 전달되어야 할 대상이며, 문제는 목적과 독자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효과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다.

 

목적과 독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같은 목적이라도 독자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교육이라는 목적을 가진 글이라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할 때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할 때는 내용의 깊이와 설명 방식이 전혀 다르다. 반대로 같은 독자라도 목적에 따라 글의 성격이 변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정보 전달이 목적인 교육서와 즐거움 제공이 목적인 소설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갖게 된다.

 

문제와 목적의 관계에서는 문제의 성격이 목적을 결정하기도 하고, 반대로 목적이 문제 인식의 범위와 깊이를 제한하기도 한다. 실용적인 문제라면 해결책 제시가 주된 목적이 되겠지만, 철학적인 문제라면 사유의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 독자와 문제의 관계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섬세한 고려가 필요한 영역이다. 독자가 그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문제 제시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실천적 적용 방법

목적, 독자, 문제를 정의했다면, 이제 그것을 글쓰기 과정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글의 구조를 설계할 때는 목적 달성을 위한 최적의 논리적 흐름을 구성해야 한다.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면 일반적으로 총론에서 각론으로, 중요한 것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배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설득이 목적이라면 문제 제기, 현상 분석, 원인 규명, 해결책 제시의 순서로 구성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내용을 선별할 때는 독자의 관심과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간략히 언급하고, 모르는 내용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독자의 관심사와 직접 관련된 내용을 우선적으로 다루고, 부차적인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부록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내용의 깊이와 범위도 독자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문체와 어조 선택에서도 목적과 독자를 고려해야 한다. 학술적 목적이라면 객관적이고 정확한 문체를, 설득적 목적이라면 설득력 있고 힘있는 문체를, 친교적 목적이라면 친근하고 따뜻한 문체를 선택해야 한다. 독자와의 관계에 따라서도 존댓말과 반말, 격식체와 구어체를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각 문단, 각 문장이 전체적인 목적에 부합하는지, 독자의 이해와 관심을 고려했는지,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만약 목적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있다면 과감히 삭제하고,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더 쉽게 설명하며, 문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있다면 연관성을 명확히 하거나 제외해야 한다.

 

글을 완성한 후에도 목적, 독자, 문제의 관점에서 전체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애초에 설정한 목적이 달성되었는지, 독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지, 문제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나 해결책을 제시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예상 독자와 유사한 배경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면 더욱 객관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목적, 독자, 문제 정의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 세 요소를 명확히 하는 것은 글쓰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명확한 목적은 글에 방향성을 부여하고, 구체적인 독자 인식은 소통의 효과를 높이며, 정확한 문제 정의는 글의 존재 이유를 제공한다. 이 세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글은 단순한 문자의 나열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소통의 도구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글만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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