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쓸 것인가: 글쓰기 여정의 나침반
첫 번째 질문: 나는 무엇에 가슴이 뛰는가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이미 내 안에는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빈 종이 앞에 앉으면 막막함이 밀려온다. '과연 내가 무엇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무엇에 가슴이 뛰는가?“
글쓰기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의 표현이다. 내가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주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눈빛이 반짝이게 만드는 소재, 혼자 생각에 잠길 때 자꾸만 떠오르는 경험들이 바로 나의 책이 될 씨앗이다.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 시장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진짜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통해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한다. 또 다른 이는 평생 쌓아온 전문 지식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혹은 일상 속 소소한 깨달음들을 엮어 따뜻한 에세이를 만들고 싶어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진정으로 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자신의 열정을 찾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지난 한 달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친구들이 나에게 조언을 구할 때 주로 어떤 분야에 대해 묻는지 생각해본다. 내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가장 몰입하는 장르는 무엇인지, 인터넷에서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런 작은 단서들이 모이면 나만의 특별한 관심사와 전문성의 영역이 드러난다.
독자와의 대화: 누구에게 무엇을 전할 것인가
열정을 찾았다면 이제 두 번째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좋은 책은 저자와 독자 사이의 깊이 있는 대화다. 나의 이야기를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본다.
만약 내가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쓰고 싶다면, 독자는 창업을 꿈꾸는 청년일 수도 있고, 사업 실패의 아픔을 겪고 있는 기업가일 수도 있다. 육아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쓴다면, 초보 엄마일 수도 있고,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일 수도 있다. 독자를 구체적으로 설정할수록 나의 메시지는 더욱 명확해지고 강력해진다.
독자를 정했다면 이제 그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명확히 해야 한다.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가, 위로를 건네고 싶은가, 영감을 주고 싶은가, 아니면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은가? 하나의 책이 모든 것을 다 담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에 집중할 때 독자의 마음에 더 깊이 와닿는 책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깨달은 인간관계의 지혜를 나누고 싶다면, "직장 내 갈등으로 고민하는 직장인들에게 원만한 관계 형성의 실질적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렇게 독자와 목적이 명확해지면 자연스럽게 책의 구성과 내용이 정리된다.
나만의 고유한 관점 찾기
세상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책들이 존재한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도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나만의 고유한 관점과 경험 때문이다.
똑같은 창업 이야기라도 20대 청년의 시각과 50대 중년의 시각은 다르다. 같은 육아 경험이라도 첫째 아이와 셋째 아이를 키우는 관점은 다르고, 맞벌이 가정과 전업주부의 경험도 다르다. 내가 살아온 배경, 겪어온 시행착오, 얻은 깨달음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그것이 바로 내 책의 가장 큰 차별화 요소다.
자신만의 관점을 찾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필요하다. 실패한 경험, 부끄러웠던 순간, 마음의 상처도 때로는 가장 소중한 글감이 된다. 완벽한 성공담보다는 진솔한 성장 스토리가 독자들의 마음에 더 깊이 와닿기 때문이다. 나의 약점이나 한계도 독자들에게는 위로와 공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또한 내가 가진 독특한 결합을 찾아본다. 예를 들어, 요리사이면서 동시에 심리학을 전공했다면 '음식을 통한 마음 치유'라는 독특한 관점의 책을 쓸 수 있다. 회계사이면서 여행을 좋아한다면 '똑똑한 여행 경제학'같은 책이 가능하다. 이처럼 내 안에 있는 서로 다른 요소들의 조합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장르 선택: 나의 이야기에 가장 어울리는 옷 입히기
내용과 독자를 정했다면 이제 어떤 형식으로 책을 쓸지 결정해야 한다. 같은 메시지라도 에세이로 쓰느냐, 실용서로 쓰느냐, 소설로 쓰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에세이는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적합하다. 나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나 영감을 주고 싶다면 에세이를 선택한다. 실용서는 구체적인 정보나 방법을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싶을 때 좋다. 독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하고 싶다면 실용서가 적절하다.
소설이나 동화는 메시지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어 더욱 강력한 감동을 줄 수 있다.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하고 싶다면 스토리텔링을 활용해본다. 자기계발서는 독자의 변화와 성장을 돕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장르다.
장르를 선택할 때는 나의 글쓰기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를 선호한다면 실용서나 자기계발서가 어울릴 것이다.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을 좋아한다면 에세이나 소설이 더 적합할 것이다. 억지로 어울리지 않는 장르를 선택하면 글쓰기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시작하기 전 마지막 점검
책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면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를 점검해본다. 먼저, 내가 선택한 주제에 대해 충분한 소재와 경험이 있는지 확인해본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부족해도 괜찮다. 글을 써나가면서 더 깊이 탐구하고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내가 정한 독자층이 실제로 그런 책을 원하는지 시장을 조사해본다. 비슷한 주제의 책들이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련된 질문이나 고민이 자주 올라오는지 살펴본다. 이런 조사는 나의 확신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책을 완성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책쓰기는 마라톤과 같은 장기전이다. 초기의 열정만으로는 끝까지 갈 수 없다. 꾸준히 쓸 수 있는 시간 계획,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동력, 그리고 완성까지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책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여 다른 사람과 나누는 소중한 작업이다. 완벽한 책을 처음부터 쓰려고 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고, 쓰면서 배우고, 고쳐가면서 완성해가는 것이 글쓰기의 진정한 묘미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이야기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용기를 내어 첫 페이지를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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