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라는 책임 —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작가의 자세
글을 쓰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문장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정말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이 표현이 너무 단정적이지는 않을까. 누군가 반박한다면 나는 무엇을 근거로 답할 수 있을까. 이러한 망설임은 글쓰기에 따라붙는 오랜 그림자다. 그러나 작가라면, 적어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글을 내놓는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에는 이 망설임을 넘어서야 한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그 글은 결국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된다. 확신은 자기 글에 책임을 지는 작가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며, 동시에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정직한 약속이다.
여기서 말하는 확신은 자만이나 독선과는 결이 다르다. 자만은 검증되지 않은 자신을 떠받드는 태도이고, 독선은 다른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리는 태도다. 그러나 작가의 확신은 그와 반대로, 수없이 많은 의심과 수정과 재고를 거친 끝에 비로소 가닿는 자리다. 좋은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이 단어가 정확한가, 이 비유가 적절한가, 이 문장이 정말로 내가 말하고자 한 바를 담고 있는가. 그렇게 자기 글을 끊임없이 두드려본 사람만이 마지막에 이르러 ‘이 정도면 내놓을 수 있다’는 차분한 확신에 도달한다. 즉 확신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라 의심을 충분히 통과한 흔적이다.
확신이 없는 글은 읽는 사람에게도 곧바로 들킨다. 문장은 자꾸 뒤로 빠지고, 주장은 단서와 유보 속에 묻히며, 글의 무게중심이 흐려진다. 작가가 자기 글을 미덥지 않게 여기는 순간 독자는 본능적으로 그 문장을 미덥지 않게 읽는다. 반대로 한 줄 한 줄 단단히 디딘 글은 짧아도 멀리 간다. 그것은 화려한 수사 때문이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이 그 자리에 분명히 서 있다는 감각이 행간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결국 문장 너머에 있는 한 사람을 읽는다. 그 사람이 자기 글의 첫 번째 독자로서 충분히 납득했는지 아닌지를 독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감지한다.

그렇다면 확신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첫째는 시간을 들이는 일이다. 초고를 쓰자마자 손에서 떠나보내는 글은 작가 자신도 아직 신뢰할 수 없다. 며칠을 두고 다시 읽고, 소리 내어 읽어보고, 낯선 자리에서 다시 펼쳐보는 시간이 쌓일 때 글은 비로소 작가의 몸 안에서 자기 자리를 잡는다. 둘째는 근거를 갖추는 일이다. 사실에 관한 문장은 자료로, 주장에 관한 문장은 논리로, 감정에 관한 문장은 자기 경험의 진실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이 이 문장을 떠받치고 있는지 작가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글은 외부의 흔들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셋째는 자기 목소리를 알아가는 일이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사람마다 강조하는 결이 다르고 호흡이 다르다. 자기에게 맞는 어조와 리듬을 찾은 작가는 어떤 주제 앞에서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잃지 않는다.
확신은 또한 비판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어떤 글이든 세상에 나오면 다양한 반응을 만난다. 어떤 독자는 동의하고, 어떤 독자는 반대하며, 어떤 독자는 작가가 미처 보지 못한 결함을 짚어낸다. 확신이 없는 작가는 이 모든 반응 앞에서 쉽게 흔들리고, 자기 글을 부정하거나 반대로 방어 일변도가 된다. 그러나 자기 글에 대한 단단한 확신을 가진 작가는 비판 앞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정당한 지적은 받아들여 다음 글에 반영하고, 오해에서 비롯된 비난은 흘려보내며, 자신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할 줄 안다. 확신은 고집을 부리기 위한 갑옷이 아니라, 외부의 목소리를 두려움 없이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중심이다.
물론 확신이 매번 정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때때로 틀린다. 세월이 지나 자기 글을 다시 펼쳤을 때 한 시절의 미숙함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조차도 그 시절의 자신이 분명한 확신으로 글을 썼기에 가능한 감각이다. 어정쩡하게 쓴 글은 훗날 부끄러워할 자격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의 확신은 영원히 옳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으로 정직하게 말하기 위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생각이 바뀌면 바뀐 자리에서 다시 확신을 가지고 쓰면 된다. 중요한 것은 매 글마다 그 자리에 자신을 온전히 세워두는 일이다.
결국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확신은 작가가 자기 자신과 맺는 약속이며 독자와 맺는 계약이다. 나는 이 문장을 충분히 의심했고, 다듬었고, 책임질 수 있을 만큼 다듬은 뒤에야 당신 앞에 내놓는다는 약속. 그 약속이 지켜진 글에서만 글쓴이의 체온이 전해지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닿는 진짜 만남이 일어난다. 의심은 글쓰기의 시작이고, 확신은 글쓰기의 마지막 매듭이다. 그 매듭을 단정히 묶을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보낼 자격을 얻고, 또한 다음 글을 쓸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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