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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기초 - 글쓰기

글쓰기에서 완성을 향한 여정

by Andres8 2025.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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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서 완성을 향한 여정

 

완벽주의는 글쓰기의 가장 큰 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첫 문장을 쓰기도 전에 그것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빈 페이지 앞에서 멈춰 선다. 하지만 글쓰기의 본질은 완벽함이 아니라 완성에 있다. 완성되지 않은 완벽한 글은 존재하지 않지만, 완성된 불완전한 글은 언제든 개선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완벽주의의 족쇄에서 벗어나 완성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글쓰기를 단계로 나누는 것이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쓰기와 고치기를 동시에 하려는 것이다. 첫 문장을 쓰고 다시 읽고, 고치고, 또 고치다가 결국 두 번째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이것은 마치 집을 지으면서 동시에 인테리어를 하려는 것과 같다. 글쓰기는 최소한 두 단계로 나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초고를 완성하는 단계이고, 두 번째는 그것을 다듬는 단계다. 초고를 쓸 때는 오직 생각을 페이지에 옮기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문법이 틀려도 좋고, 표현이 어색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흐름을 잃지 않고 끝까지 쓰는 것이다.

 

초고를 쓸 때는 내면의 편집자를 잠재워야 한다. 우리 머릿속에는 항상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다. "이 문장은 너무 평범해", "이 표현은 누군가 이미 썼을 거야", "독자들이 이걸 재미없어할 거야". 이런 목소리는 창작 과정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고 단계에서는 이 목소리를 무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은 타이머를 설정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쓰는 것이다. 25분 동안 무조건 쓰고, 5분 쉬고, 다시 25분 쓰기를 반복하는 포모도로 기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시간 제약이 있으면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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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초고는 원래 엉망이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했고, 앤 라모트는 "형편없는 초고"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처음부터 훌륭한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위대한 이유는 완벽한 초고를 쓰기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한 초고를 끈기 있게 다듬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첫 번째 버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초고는 단지 원석일 뿐이고, 진짜 작업은 그것을 다듬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완성을 위한 또 다른 전략은 구체적이고 작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완벽한 소설을 쓰겠다"는 목표는 너무 크고 막연해서 오히려 마비를 일으킨다. 대신 "오늘 500자를 쓰겠다", "이번 주에 3장을 완성하겠다"처럼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작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고, 이것이 모여 큰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마라톤 선수가 42.195킬로미터를 한 번에 생각하지 않고 다음 전봇대, 다음 모퉁이를 목표로 달리는 것처럼, 글쓰기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아웃라인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빈 페이지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이유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전에 간단한 개요를 작성하면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이 개요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주요 논점이나 장면을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웃라인은 지도와 같아서 길을 잃었을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기준점이 되어준다. 물론 글을 쓰다가 처음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 그것도 괜찮다. 아웃라인은 감옥이 아니라 안내판일 뿐이다.

 

완성도보다 일관성을 우선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쓰는 습관이 가끔 한 번 완벽하게 쓰려는 시도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글쓰기는 근육과 같아서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발달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들면 글쓰기가 특별한 영감이 필요한 신성한 행위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가 된다. 영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완벽주의의 또 다른 형태다. 전문 작가는 영감이 없어도 쓴다.

피드백을 받는 시점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초고 단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업에 대한 비판을 받게 되어 동기가 꺾일 수 있다. 반대로 혼자서 끝없이 수정만 하다 보면 객관성을 잃게 된다. 적절한 타이밍은 스스로 더 이상 고칠 부분이 보이지 않을 때, 하지만 출판하거나 제출하기 전이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을 때는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도움이 되는 조언을 선별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감을 설정하는 것도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강력한 도구다. 마감이 없으면 영원히 수정하게 된다. 언제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완성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감이 있으면 어느 시점에서는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많은 위대한 작품들도 마감 때문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마감은 적이 아니라 완성을 돕는 친구다.

 

완성된 글을 세상에 내놓는 용기도 필요하다. 완벽주의자들은 종종 글을 완성하고도 서랍에 넣어둔다. 아직 충분히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은 읽히기 위해 존재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세상에 나온 글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완벽한 글보다 가치 있다. 그리고 독자의 반응을 통해 작가는 성장한다. 처음 출판한 글이 부끄럽다면, 그것은 당신이 성장했다는 증거다.

 

결국 완벽주의를 버리고 완성에 집중한다는 것은 과정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글쓰기는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갔다가 뒤로 물러서고, 옆으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완벽을 추구하면 이 여정 자체를 즐길 수 없다. 하지만 완성을 목표로 하면 매 단계가 의미 있어진다. 불완전한 문장도, 어색한 전개도 모두 최종 작품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다. 이 과정을 받아들이고 즐길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글은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진정으로 당신의 것이며, 세상에 기여하는 무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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