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완성하고 나서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
글을 다 썼다는 느낌은 묘하게 완결된 감각을 준다.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 순간,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이 비로소 형태를 갖추고 문서 위에 안착한 것 같은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야 말로 글쓰기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이기도 하다. '다 썼다'는 생각이 '잘 썼다'는 착각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피드백은 그 착각을 깨뜨리고 글을 진짜 완성으로 이끄는 과정이다.
우선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텍스트를 온전히 객관적으로 읽을 수 없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눈에 보이는 문장이 아니라 자신이 의도한 문장을 읽는다. 맥락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설명이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채워 넣고, 논리가 허술한 부분도 자신의 사고 흐름을 따라 매끄럽게 읽어버린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 부른다. 한번 무언가를 알게 되면, 알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 그것을 모르는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 극히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피드백을 주는 독자는 바로 그 '모르는 상태'를 대신 경험해 준다. 그들의 반응은 글쓴이가 혼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빈틈을 드러낸다.

또한 피드백은 글의 방향이 처음의 의도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나침반이 된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주제에서 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분명히 독자를 설득하려 했는데 어느새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고 있거나, 간결하게 전달하려던 정보가 불필요한 수식으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스스로는 이런 흐름을 감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외부의 눈은 냉정하게 묻는다. '결국 이 글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그 질문 하나가 글쓴이로 하여금 자신이 표현하려 했던 핵심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피드백의 중요성은 단순히 오류를 수정하는 것을 넘어선다. 좋은 피드백은 글쓴이의 사고 자체를 확장시킨다. 읽는 이의 반응을 통해 글쓴이는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어디서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는지를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이 부분이 특히 설득력 있었다'는 말 한마디는 글쓴이에게 자신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일깨워주고, 반대로 '이 논거는 조금 더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사고의 구멍을 메울 기회를 준다. 이 과정은 단순한 퇴고가 아니라 글쓴이 자신이 더 깊이 생각하는 연습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피드백이 유익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피드백이 글쓴이의 고유한 목소리를 흐리게 만들거나, 과도한 수정으로 원래의 의도를 왜곡시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 어떤 의견을 수용하고 어떤 의견을 걸러낼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글쓴이의 몫이다. 그러나 그 판단 자체도 피드백 없이는 불가능하다. 피드백이 있어야 글쓴이는 '나는 이 부분을 왜 이렇게 썼는가'를 스스로 다시 묻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글쓰기 철학이 더욱 선명해진다.
결국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소통을 전제로 한다. 글은 쓴 이의 내면에서 시작되지만 읽는 이의 이해를 통해 완성된다. 피드백은 그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마지막 마침표는 글쓰기의 끝이 아니라, 피드백을 통한 진짜 완성을 향한 출발점이다. 그 사실을 아는 글쓴이와 모르는 글쓴이의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결코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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