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
글을 쓴다는 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쓰는 순간에는 내 앞의 몇 걸음만 보일 뿐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내가 지나온 길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가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러나 글을 다 쓰고 나서 다시 읽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이제 나는 높은 곳에서 내가 걸어온 길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의 형태가 보이고, 내가 어디서 길을 잃었는지, 어디서 지름길을 발견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내가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나와 만나는 일이다. 어제 쓴 글이든, 일 년 전에 쓴 글이든, 그 글 속에는 그때의 내가 살아 숨 쉰다. 그때 내가 무엇을 생각했는지, 무엇에 마음이 끌렸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때로는 그 글 속의 나를 보며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왜 그런 표현을 썼을까 하며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바로 그 부끄러움이 성장의 증거다. 과거의 글을 읽고 부끄러워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때보다 나아졌다는 뜻이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부끄러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글을 다시 읽으면 쓸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표현, 논리의 비약, 어색한 문장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쓸 때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읽을 때는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글쓰기의 본질이다. 글쓰기와 글 읽기는 서로 다른 정신 활동이기 때문이다. 쓸 때 우리의 뇌는 창조 모드에 있다. 생각을 언어로 번역하고, 추상을 구체로 만들고, 혼돈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일에 몰두한다. 반면 읽을 때 우리의 뇌는 평가 모드에 있다.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전체적인 흐름과 균형을 파악한다.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눈으로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나서 바로 발표하거나 제출한다. 마치 빵을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먹는 것처럼. 하지만 좋은 빵은 식혀야 제맛을 낸다. 글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야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쓰고 나서 최소한 몇 시간, 가능하면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보라. 그 사이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글에 대한 집착이 희석되고, 감정적 거리가 생기고,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된다. 어제는 멋지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오늘은 과장되어 보일 수 있다. 어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단락이 오늘은 불필요해 보일 수 있다.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은 또한 독자의 입장을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을 쓸 때 우리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 머릿속에 전체 그림이 있고, 각 문장의 의도를 정확히 안다. 하지만 독자는 그렇지 않다. 독자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순차적으로 읽으며 의미를 구성해나간다.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을 때, 가능한 한 독자의 눈으로 읽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 문장이 처음 읽는 사람에게 명확할까? 이 단락의 흐름이 자연스러울까? 이 예시가 논점을 잘 뒷받침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읽다 보면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글을 다시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놀라운 발견을 한다. 쓸 때는 의식하지 못했던 패턴이나 주제가 드러나는 것이다. 여러 문단에 걸쳐 반복되는 단어나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말하려는 무언가일 수 있다. 때로는 글의 진짜 주제가 첫 문단이 아니라 중간이나 끝에 숨어 있기도 하다. 쓰면서 점점 생각이 명확해지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다시 읽으면서 글의 구조를 재배치할 수 있다. 끝에 있던 핵심을 앞으로 가져오고, 불필요한 서론을 과감히 잘라낸다.
수정은 글쓰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업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헤밍웨이는 "모든 첫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첫 번째 글쓰기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첫 번째 초고는 원석을 캐내는 작업이다. 진짜 작업은 그 원석을 다듬어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읽기에서 시작된다. 읽지 않고는 무엇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읽으면서 우리는 또한 우리만의 글쓰기 버릇을 발견하게 된다. 특정 단어나 표현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든지, 문장이 항상 비슷한 길이와 구조를 가진다든지, 특정 유형의 예시만 드는 경향이 있다든지 하는 패턴들이 보인다. 이런 인식은 매우 귀중하다. 자신의 글쓰기 습관을 아는 것은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은 바꿀 수 없지만, 인식한 습관은 의도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은 또한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며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잘 쓴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이 문장은 정말 잘 썼네", "이 비유는 적절하다", "이 논리 전개는 탄탄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강점을 아는 것은 그것을 더 발전시킬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글을 썼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 깨달음이 다음 글을 쓸 용기를 준다.
글을 다시 읽는 습관은 장기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킨다. 읽으면서 배우는 것들이 축적되어 다음 글쓰기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이전 글에서 발견한 문제를 다음 글에서는 피하게 되고, 잘 먹혔던 기법은 의식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것은 피드백 루프다. 쓰고, 읽고, 수정하고, 배우고, 다시 쓰는 순환. 이 순환을 반복할수록 글은 나아진다.
또한 과거에 쓴 글들을 정기적으로 다시 읽어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몇 달, 혹은 몇 년 전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면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때는 최선을 다해 썼지만 지금 보면 유치하거나 단순한 글일 수 있다. 그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라 축하할 일이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니까. 반대로 과거의 글 중에 지금 읽어도 좋은 글을 발견하면 그것도 기쁜 일이다. 내 안에 이미 좋은 글을 쓸 능력이 있었다는 확인이니까.
결국 내가 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더 나은 글을 쓰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읽지 않고 쓰기만 하는 것은 마치 거울을 보지 않고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어쩌다 잘 입을 수도 있지만, 확인하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읽어야 한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독자의 눈으로. 그리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그 과정이 때로는 고통스럽고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본질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글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의 거울이다. 글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더 명확하게 본다.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지가 글에 드러난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그리고 나를 더 잘 알수록 더 진실한 글을 쓸 수 있다. 더 진실한 글을 쓸수록 독자에게 더 깊이 닿는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선순환이며, 그 시작점은 언제나 "다시 읽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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