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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중급

무엇을·어떻게보다 왜: 팔리는 책과 잊히는 책을 가르는 순서의 비밀

by Andres8 2026.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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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어떻게보다 왜: 팔리는 책과 잊히는 책을 가르는 순서의 비밀

- What과 How에 매달리는 사람이 놓치는 단 한 가지

 

책을 쓰려는 사람의 머릿속은 대개 두 가지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을 쓸 것인가(What)"와 "어떻게 쓸 것인가(How)"다. 어떤 소재를 다룰지, 목차를 어떻게 짤지, 문장은 어떤 톤으로 다듬을지, 몇 장 분량으로 어떻게 구성할지. 이 두 질문은 분명 중요하고, 서점에 나온 글쓰기 책의 대부분도 이 둘을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오래 읽히는 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책을 쓴 저자들은 세 번째 질문에서 출발한다.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Why)"다.

 

무엇을과 어떻게가 아무리 정교해도, 왜가 비어 있는 책은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지 않는다. 이 글은 그 이유를 파고든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What·How·Why는 나란히 놓인 세 개의 질문이 아니라 순서가 정해진 위계다. Why가 맨 앞에 서야 나머지 둘이 제자리를 찾는다. 순서가 뒤집히면 아무리 애를 써도 책은 정보의 더미로 남고, 순서가 바로 서면 같은 정보가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로 바뀐다.

 

1. What과 How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냉정하게 보면, "무엇을"과 "어떻게"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어떤 소재든 이미 누군가 다뤘고, 어떤 글쓰기 기술이든 검색하면 수십 개의 강의가 쏟아진다. 요리책이 다루는 재료와 조리법은 대체로 비슷하고, 자기계발서가 권하는 습관도 서로 닮았다. What과 How의 층위에서 책들은 놀랍도록 서로를 닮아 간다. 그래서 이 층위에서 경쟁하면, 내 책은 언제든 더 최신이고 더 세련된 다른 책으로 대체될 수 있다.

 

대체 불가능한 것은 오직 Why뿐이다. 왜 내가, 왜 지금, 왜 이 이야기를 꺼내야만 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세상에 나만이 정확이 알 수 있다. 같은 실패를 다뤄도 "실패에서 배우는 법"이라는 책과 "세 번의 부도 끝에 나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켰나"라는 책이 전혀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What과 How는 복제할 수 있지만, 진짜 Why는 복제할 수 없다. 책을 유일하게 만드는 것은 소재도 기술도 아닌, 그것을 쓰게 만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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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hy는 What과 How를 결정하는 상위 명령이다

Why가 먼저여야 하는 더 실용적인 이유가 있다. Why가 정해지면 What과 How가 저절로 따라 나오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쓰는가"가 분명한 사람은 어떤 소재를 넣고 뺄지, 어떤 문체로 말할지를 그 이유에 비추어 판단할 수 있다. 이유가 나침반이 되어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가리킨다.

 

반대로 What과 How부터 붙잡은 사람은 곧 길을 잃는다. 좋은 소재는 넘치고 멋진 문장 기법도 많은데, 무엇을 기준으로 고르고 버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좋은 것을 다 넣으려다 책은 초점을 잃고 두꺼워지기만 한다. 사이먼 시넥이 위대한 조직은 "왜"에서 출발해 "어떻게"와 "무엇을"로 나아간다고 말한 원리는 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Why는 What과 How의 형제가 아니라 상관이다. 상관이 정해지지 않은 조직이 우왕좌왕하듯, Why가 없는 원고도 방향 없이 표류한다.

 

3. 독자는 What을 사고, Why에 감동한다

독자의 마음이 움직이는 지점도 다르다. 사람들은 "무엇을 알려 주는 책인지"를 보고 책을 집어 들지만, 정작 끝까지 읽고 오래 기억하는 것은 "왜 쓰였는지"가 느껴지는 책이다. 정보는 머리에 잠깐 머물다 사라지지만, 이유는 가슴에 남아 독자를 저자와 연결한다. 우리가 어떤 책을 다 읽고 "이 사람은 정말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하고 느낄 때, 그 책은 정보의 전달을 넘어 마음의 사건이 된다.

 

그래서 잘 팔리고 오래 사랑받는 책은 대개 잘 쓴 책이라기보다 왜 쓰였는지가 분명한 책이다. 문장이 다소 투박해도 저자의 절실한 이유가 배어 있으면 독자는 그 진심에 반응하고, 반대로 문장이 매끈해도 왜 썼는지 알 수 없으면 독자는 금세 흥미를 잃는다. What은 독자를 서점으로 데려오고 How는 페이지를 읽기 편하게 하지만, 끝내 독자를 붙잡고 다른 이에게 권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Why다.

 

4. 순서를 바로잡는 법: Why부터 쓰고 시작하라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할까. 목차를 짜기 전에, 첫 문장을 쓰기 전에, 먼저 자신의 Why를 한 문장으로 적어 보라. "나는 ○○한 독자가 ○○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책을 쓴다." 이 문장이 흐릿하면 What과 How를 아무리 손봐도 책은 흔들린다. 반대로 이 문장이 선명해지면, 어떤 내용을 다룰지(What)와 어떻게 풀어낼지(How)에 대한 답이 놀랍도록 쉽게 따라 나온다.

 

이 한 문장을 책상 앞에 붙여 두고, 소재를 고를 때마다, 문장을 다듬을 때마다 물어보라. "이것은 나의 Why에 봉사하는가." 봉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아까워도 덜어 내고, 봉사한다면 서툴러도 남겨라. 이 단순한 기준 하나가 흩어진 원고를 하나의 방향으로 모아 준다. Why를 먼저 세운 사람은 What과 How를 도구로 부리지만, Why가 없는 사람은 What과 How에 끌려다니다 지친다.

 

무엇을 쓸지, 어떻게 쓸지는 쓰는 동안에도 얼마든지 배우고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왜 쓰는지는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세워야 하는 뿌리다. What과 How에만 매달린 책은 정보의 창고로 남지만, Why에서 출발한 책은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된다.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책이 나오는 이유, 검색 결과 수백 권 중 유독 어떤 책만 오래 살아남는 이유가 바로 이 순서에 있다. 그러니 다음에 무엇을·어떻게를 고민하기 전에, 딱 한 번만 먼저 물어보라.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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