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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기초 - 글쓰기

완벽을 향한 여정은 완성에서 시작된다: 글쓰기에서 완성이 완벽보다 중요한 이유

by Andres8 202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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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향한 여정은 완성에서 시작된다: 글쓰기에서 완성이 완벽보다 중요한 이유

 

책상 앞에 앉아 빈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점점 더 무거운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첫 문장이 완벽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 표현이 진부하지는 않을까, 논리가 탄탄하지 않으면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머뭇거린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태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완벽을 향한 집착은 때로 우리를 완성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든다.

 

글쓰기에서 완성이 완벽보다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글이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기 때문이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완벽한 문장은 결코 진화할 수 없다. 글은 일단 종이 위에, 화면 위에 구체화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형태를 드러낸다. 처음 써내려간 문장들은 어색하고 투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해야만 우리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볼 수 있다. 조각가가 대리석 덩어리 없이는 작품을 만들 수 없듯이, 작가는 불완전한 초고 없이는 좋은 글을 완성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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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더 나은 작가로 만든다. 첫 문단을 쓰고 나면 두 번째 문단이 보이고, 한 장을 채우고 나면 다음 장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글쓰기는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여정이며, 이 여정은 실제로 발걸음을 떼어야만 시작된다. 완벽한 첫 문장을 기다리며 출발선에 서 있기만 한다면, 우리는 결코 목적지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다. 쓰는 행위 자체가 사고를 명료하게 만들고, 막연했던 아이디어에 구체적인 형태를 부여한다.

 

또한 완성된 글만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단 글을 완성하면, 시간을 두고 다시 읽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약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던 강점을 깨닫기도 한다. 완성되지 않은 글은 영원히 작가의 머릿속에만 갇혀 있을 뿐이다. 그 글이 얼마나 잠재력이 있든, 세상과 만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했다. 이는 초고의 가치를 폄하하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초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표현이다. 쓰레기 같은 초고가 있어야 그것을 다듬고 재구성하며 진짜 작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완벽주의는 이 중요한 첫 단계를 가로막는다. 처음부터 걸작을 쓰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반면 "일단 써보자"는 태도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완성의 경험은 우리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준다. 아무리 작은 글이라도 끝까지 써낸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이런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더 큰 프로젝트에도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반대로 완벽을 추구하다 끝내지 못한 글들이 쌓이면, 우리는 점차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글쓰기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완성하지 못한 작품 열 개보다, 불완전하지만 완성한 작품 하나가 작가로서의 성장에 훨씬 도움이 된다.

 

현실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마감은 존재하고, 시간은 유한하다. 학생이든 전문 작가든, 언젠가는 글을 제출하거나 발표해야 한다. 완벽을 기다리다가 마감을 놓치면 그 글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출판되지 않은 완벽한 원고보다, 출판된 좋은 원고가 세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독자들은 완벽한 글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진솔하고 의미 있는 글을 원한다.

 

물론 이것이 품질을 소홀히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완성과 완벽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완성은 전체적인 구조와 내용이 갖춰져 하나의 작품으로 기능하는 상태를 말한다. 완벽은 더 이상 고칠 곳이 없는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문제는 완벽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톨스토이도, 버지니아 울프도, 무라카미 하루키도 완벽한 소설을 썼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최선을 다해 완성했을 뿐이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함과의 타협이다. 언어 자체가 불완전한 도구이고,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완벽하게 옮길 수는 없다. 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문장보다 조금 거친 표현 속에서 더 강렬한 감정이 전달되기도 한다. 완벽을 향한 과도한 집착은 글에서 생명력을 앗아갈 수 있다.

 

결국 글쓰기는 완성의 예술이다. 시작하고, 중간을 채우고, 끝을 맺는 것. 이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나아진다. 완성된 글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기술은 향상되고, 표현력은 풍부해진다. 완벽을 추구하되 완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작가의 태도다.

 

빈 페이지 앞에서 망설이는 대신, 첫 문장을 쓰자. 그것이 서툴러도 괜찮다. 일단 시작하면 두 번째 문장이 따라온다. 그렇게 한 문장, 한 문단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완성이라는 문턱을 넘어서 있을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바로 다듬기, 고치기, 그리고 더 나은 글로 만들어가는 작업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직 완성된 초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완벽을 향한 여정은 완성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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